'결혼'에 해당하는 글들

  1. 2016.01.25  하루에1글 - 당연한 옆자리
  2. 2016.01.25  하루에1글 - 초밥 먹을래
  3. 2016.01.25  하루에1글 - 할머니 로망


내가 빨리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는 엄마 아빠가 아닌 부부로써의 모습이 좋아서였다. 옆에 나란히 서는 게 당연한 서로에게 서로의 위치와 겨울에도 물을 끓이는 아빠에 대한 엄마의 티 내지 않은 배려, 오랜 세월 함께 함으로 자연스럽게 제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서로의 취향. 또 찰싹 소리나게 때려서 아빠의 오리 궁뎅이를 치울 수 있는 엄마의 거침없음과 민어를 낚을 낚시대를 몰래 돈을 빼돌려서 사고 엄마한테 나중에 들키면 된다는 아빠의 치밀하고도 허술한 계획. 점점 더 닮아가는 얼굴과 성격들. 그리고 우리가 쫓아가지 못할 만큼 끈끈한 사랑같은 웬수같은 친구같은 그 무언가. 그게 좋아서였다.


오늘 알바 끝나고 언니 스튜디오 촬영 하는데 갔다가 고기 얻어먹었다. 빵 먹지말고 밥 먹으라고 말리더니 고기에 육회에 누룽지에 냉면에 풀코스로 사주심. 짱짱. 완전 맛있었음.

언니 얘기로만 듣다가 처음 만난 담주형부는 정말 매력있고 멋진 사나이였다. 10년동안 짝사랑하다 처음 손 잡을 때 이야기를 할 때에는 막 나까지 떨려..설레.. 14년전 옛날 핸드폰 번호도 기억하고 있어. 오랫동안 데이트를 못하다가 뭐 먹고싶냐고 해서 언니가 초밥 먹고싶다 했더니 일본가서 초밥 먹고 오는 스케일이란. 그 무엇보다 자기같은 스타일은 언니같은 여자를 만나야 한다며, 경상도 사투리 팍팍 쓰면서 등치도 큰데 무뚝뚝한 #팔불출. 완전 옆에 있는 나까지 막 사랑받고있는 기분 들잖아. 넘넘 멋짐. 행쇼.


갑자기 생각났다. 젊은이들의 활기와 자유가 넘쳐나던 그 호스텔에, 10 베드도 넘는 그 다양한 사람들이 묵는 그 넓은 방에서.


커다란 베낭을 메고 들어와 이런일은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이 익숙하게 짐을 정리하고 침낭을 꺼내어 펴고. 할아버지는 청년들과 웃으며 이야기도 하시고 할머니는 조용 조용히 미소 지으며 옆에 계시던. 일찍 주무시러 누우시더니 옆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향해 침낭 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장난스럽게 다정하게 미소지으시던 할머니.


정말 딱 내가 바라는 노년의 모습이었다. 포인트는 젊은이들과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백팩도 호스텔도 익숙하다는 모습으로 다정하고 인자하게 미소지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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