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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6  영화: 귀향



"미안하다. 내 혼자만 돌아왔다."

나는 귀향에 이런 걸 기대했던 게 아니었다. 마치 같은 적군을 두고 싸우다 돌아온 것처럼, 혼자 살아 돌아와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운 사람처럼 그렇게 전우애처럼 보여지길 원치 않았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소녀가 아니라 운이 좋은 소녀가 살아 돌아온 그런걸 기대한게 아니었다. 나는 공동의 적이나 목적이 있는게 아닌 아무 죄없는, 아무런 죄도 없는 소녀들이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음을 그려주길 기대했다. 나는 영화가 끝나고 더 분노하기를 기대했다.

영화에 나오는 모습들은 학교 다닐 때 역사 선생님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들어온 이야기들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했던 것의 반의 반도 안되는 모습을 그린 이정도의 영화도 상영하지 못하게 방해했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인터뷰나 웹툰과 글로 듣고 보고 읽었던 것처럼 더 적나라하게 일본인들의 만행을 보여주길 원했다. 끔찍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길 기대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당사자가 아닌 우리는 "이제 그만하지." , "이제 그만 용서하지." 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할 만큼. 아들이 아닌 양아들이 있는 현재에도 성폭행을 당했으나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치료 받지 못한 피해자처럼 수치심을 느끼는 할머니들에 슬픔의 분노가 있기를 원했다. 슬픔 보다 아픔이 있기를 원했다.

울면서 봤지만 나는 이정도로는 한을 위로해줄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한 것에 비해 영화가 너무 너무 약하다. 영화는 더 적나라하게 더 사실적으로 낱낱이 보여줬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아파야했다. 그래서 이 아픔에 깊이 오래 동참했어야 한다.
그래도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모두들 보시기를.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