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³眼目[발음 : 안ː목] 명사 1.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

물건을 고르고 내 물건으로 선택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예전의 나는 첫눈에 딱 보고 마음에 든 것이 있는데,

사지 않으면 내내 그 마음이 쫓아다녀 결국엔 사고 말았다

이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는 사고 안사고의 결정 사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저 반했다 라는 순간적인 마음만이 영향을 미칠뿐

하지만 요즘 나는 플랫슈즈를 하나 사더라도

이 플랫이 어디에 어울릴까 옷 심지어 가방까지 고려하며 선택한다

디자인과 재질 그리고 발가락이 보이나 안 보이나 등등 꼼꼼하고 세심하게 따진다

꼼꼼하게 선택한 물건이지만 막상 모니터와 실제 상품과의 거리감이 클 때는 반품하는 수고와 배송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물건들이 왔을때

옷장에 두고 안 입을 것을 알면서도 반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입겠지의 언젠가가 평생 안 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물건을 사는 것은 쉽지만 나의 물건으로 선택하고 그 물건에 마음을 쓰는 것이 전처럼 쉽지가 않다

예전에 모아두고 버리지 못했던 이름만 소중한 쓰레기들은 쓰레기로 인정하고

정말로 꼭 필요한 것들 그리고 내가 수납할 수 있는 정도의 것만 '내 것'으로 선택한다

이것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2년동안 약 4번의 몸과 짐의 이사가 나에게 알려준 후행학습의 결과인가

나에게도 구체적인 위시리스트를 만드는 버릇이 생겼다

최근 작년 봄 말부터 사고싶었던 레이스스커트를 구입했다

약 일년동안 마음에 두고 레이스스커트를 눈여겨 보아왔다

무슨 옷차림에 어떻게 어울릴지

너무 하얗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베이지에 가까운 흰색이 좋겠다. 그래야 정장 스타일에도 캐쥬얼에도 잘 어울리겠지 라고

레이스는 여러층이고 안감이 있어 속이 비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키가 작으니 긴 레이스스커트 보다는 짧은 길이가 더 적당하겠다

그렇게 구체적인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두고 꿈 꿔오던 물건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

어제 입었는데 나에게 잘 어울리고 예쁘다. 오래오래 입을 수 있겠다

집이 통채로 잡동사니였던 내가 2년만에 이렇게 물건을 꼼꼼하게 선택하고 담백한 짐을 가진 사람이 되다니. 신기하다

지금의 담백한 짐을 가진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