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에 해당하는 글들

  1. 2016.01.25  하루에1글 - 얼굴은 두번째 2
  2. 2016.01.25  하루에1글 - 금사빠
  3. 2016.01.25  하루에1글 - 새집 냄새


오늘로써 얼굴은 완전히 두번째다. 첫번째는 무조건 행동. 비자림 길을 걷다 필름을 바꾸던 내가 떨어트린 필름 상자를 옆사람과 대화하며 지나가시던 아저씨가 웃으면서 주워주셨다. 그렇게 남을 배려하는 순간적인 행동. 얼굴도 못 본 아저씨에게 반했다.


나는 금사빠다. 근데 빠지는 포인트가 약간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내 이상형은 말과 행동 모두 자상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병맛(?) 똘끼(?) 있는 사람인데.

오늘 친구한테 나의 금사빠 케이스를 소개해줬더니 맘에 들었던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니까 좋은 것일 거라고 그 행동을 해서 좋아진건 아닐거라며...... "제발 아니라고 해줘" 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냄새에 대한 기억이 강하다. 그 예로 새집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다. 새집 냄새를 맡으면 약 20년 전 새집을 지어 이사갔을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아빠가 지은 흙집에서 살다가 20년 전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곳에 벽돌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집 자리는 큰바위가 너무 많아서 집을 짓기 힘들거라고 했지만 아빠는 바위 깨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자리에 집을 지으셨다. 아직도 집 뒤 창고에는 그 때의 바위가 조금 남아있다. 그렇게 짓기 시작한 집에 아빠와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삼촌을 따라 나도 자주 자주 갔었는데 철 기둥 같은 것이 집에 가득 차 있을 때도 있었고 시멘트가 마당에 쌓여있는 날도 있었다. 어느 날은 창문이 생기고 어느 날은 문턱이 생기고 점점 공사판이 집이 되어가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어진 집에 짐을 들이기도 전에 아빠랑 삼촌이랑 나랑 이불만 몇개 가져가 텅빈 집에서 잤던 기억이 있다. 그 날 아빠가 정말 행복 해보이고 기뻐 보였던 기억이 있다. 어렸던 나는 새집이 좋았다기 보다는 새집을 기뻐하는 아빠 때문에 덩달아 신났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새집 냄새를 맡으면 이십년 전 그 때가, 그 텅빈 집에서 잤던 그 날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는 새집의 의미가 자수성가한 아빠에게 얼마나 행복이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나이를 먹을 수록 그 날의 기쁨이 더 진해진다.

아빠 엄마는 요즘 또 다른 새집을 꿈 꾸는 중이시다. 우리 삼남매가 나중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찾아와 편하게 쉴 수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큰 이층집을. 나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아빠를 닮았다.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