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해당하는 글들

  1. 2016.01.25  하루에1글 - 호떡 갚은 까치
  2. 2016.01.25  하루에1글 - 눈치백단
  3. 2016.01.25  하루에1글 - 핵심 감정


친구집에 지하철 타고 가는 중에 배가 고파서 호떡을 하나 사서 먹었는데 먹다가 평소처럼 또 코트에 흘렸다. 휴지도 물티슈도 없어서 그냥 굳혀야지 하고 속상해하고 있었다.


앞에 할머니가 호떡 흘렸다고 알려주시길래 네 휴지가 없어서.. 라고 말씀 드렸더니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가방을 열고 주섬주섬 물티슈를 꺼내서 주셨다. 물티슈를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한데 내가 한손으로 대충 슬슬 문지르고 있으니까 할머니 한분은 그렇게 닦으면 안된다고 하시고 옆에 계시던 할머니는 물티슈로 직접 코트를 잡고서 닦아주셨다. 근데 민망하게 다 닦아주셨는데 그 밑에 또 그밑에 세곳이나 흘렸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닦아주시고선 옆에 자리가 나니까 세번째에 앉아계시던 다른 할머니가 또 흘릴지도 모르니 앉아서 먹으라고 자리도 맡아주심.


따뜻한 감동의 1호선. 나도 할머니처럼 물티슈 챙기고 다녀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십대 후반이 되면서 내 머리속에서 느낌이 바뀐 단어들이 몇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눈치'다. 전에는 눈치밥 눈치보다 등등이 연상되면서 단어의 느낌을 당당하지 못한, 약삭빠른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평가절하 해왔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면 눈치라는 것은 국어사전 뜻 그대로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힘이었던 것이다. 남의 마음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갖고 보았고, 그만큼 남의 감정이나 기분을 공감하고 이해했다는 것일텐데. 눈치 있는 사람이 되자. #장래희망 #눈치백단



나는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나를,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싶어서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관련된 책을 관심있게 보기도 하고, 순간 순간 또는 명상하듯이 모든 상황 속의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좋아한다. 또 나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서 글을 쓰기도 한다.

알베르와 토끼정에서 우리의 주된 대화 주제는 자신의 심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 중 거절이 어렵다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부탁을 어려워 한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나는 어릴때부터 타인에게 부탁 하는 것이 어려웠다. 내가 하면 어렵더라도 할 수는 있는 일이라면, 나한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부탁을 하기가 좀 그랬다. 언제부터, 왜 부탁이 어려워졌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의심받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그건 그렇게 된 원인 사건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부탁이 어려운 것은 원인을 도무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탁이 어려웠던 것 같은데.

주말에 대화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한 친구가 핵심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나의 핵심 감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인지 무엇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우리 모두 자신의 핵심 감정을 궁금해했다. 자신의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 수상한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 나누고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우리가 그래도 건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대화의 끝에서 우리 모두 다짐했다. 우리의 핵심 감정을 알기 위해 핵심 감정 집단 상담 캠프를 떠나자고.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