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lderswil, Switzerland
아침에 역에 가서 동신항운 융프라우 VIP패스 이틀권을 구매하고 내일은 더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오늘은 융프라우 아래쪽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라우터브루넨과 함께 놓고 숙소로 고민했었던 그린델발트에 가기위해 가까운 빌더스빌 역으로 갔다.
주먹보다 더 작은 것 같은 카메라로 이곳 저곳 사진을 찍고 계시던 할아버지. 나도 할머니가 되서도 사진을 찍고싶다.
우리는 인터라켄 역에서 그린델발트 쪽으로 가는 열차를 갈아타려고 했는데 엉뚱한 열차를 타서 쉬니케 플라테라는 야생화 식물원에 올라가게 된다(그때는 몰랐는데 열차에 떡하니 쉬니게 플라테라고 써져있네).
#Schynige Platte, Wilderswil, Switzerland
우리는 비교적 작은 기차가 한길 기찻길로 엄청나게 경사진 산을 오르기 시작하고서야 '에이 설마 잘못 탔겠어.' 라는 우리의 은근한 의심을 확신했다. 어쩐지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많더라니.
쉬니케 플라테 가는 열차에서 우리 옆에 앉았던 가족. 아빠 엄마 사진 속의 아이와 조금 더 작은 남자아이. 아빠 엄마는 아이들보다 큰 배낭을 하나씩 메고 품안에는 아이를 한명씩 안고 함께 탔다. 배낭은 다른 사람들에게 걸리적 거리지 않게 치우고 아이들에게 창문 밖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물 흐르듯이 아이들의 옷을 따뜻하게 덧입혔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아이들 역시 배낭여행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이 능숙하게 풍경을 즐기고 낯선사람(나)에게 눈을 마주치며 애교를 부렸다. 아빠 엄마가 번갈아가며 찍어주던 디에세랄에 익숙한 덕분인지 내 카메라를 보고도 자연스럽게 웃어줬다.
그 가족의 가방이 배낭이었고, 차림새가 간편해보였고, 가족들 모두의 표정이 내내 밝고 호기심 가득하고 좋았기 때문에 나도 그런 가정을 꿈꾸게 했다.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쉬니케플라테에 알프호른의 환영 소리가 울려퍼진다.
환영 연주를 마치고 식당 쪽으로 악기를 들고 자리를 옮기시는 아저씨들에게 호기심 많아 보이는 어린이가 엄마의 눈빛 응원을 받으며 쭈뼛쭈뼛 아저씨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질문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당신에게서는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번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도 모르게
눈을 감곤 했지요
#나태주 #아내 #너도그렇다
스위스는 모든 것이 거대해서 눈으로 보면 되게 가까워 보이고 금방일 것 같은데 걸어가는데 한참 걸리고 올라가는데 한참 걸린다. 짐작도 안되는 엄청나게 거대한 자연.
맑았던 것도 잠시 도착해서 갑자기 우박이 내리고 저 멀리 구름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비를 내리고...... 얇은 외투에 우비까지 챙겨입고서도 덜덜 떨면서 높은 산의 위험함에 대해 생각하며 걷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내려갑니다.
그래도 한시간동안 천천히 올라가는 기차의 템포에 맞춰 봤던 전경도 정말 멋지고 올라가서 기차에서 딱 내렸을 때 우와!!!가 소리내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그 거대한 산속에 위에 있는 기분도 좋았고, 인터라켄의 전체 모습도 볼 수 있고 산 꼭대기의 만년설도 실컷 보고 구름이 저 밑에 떠다니는 것도 보고 구름이 지나가는 속에 있기도 하고 정말 멋지고 좋았다.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 이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동행 #이수동
호스텔에 돌아와서 쉬니케 플라테에서 우박과 비로 인해 추위에 떨었던 몸을 신라면과 밥으로 녹였다. 밥을 먹고 새로운 다인실에 짐을 풀고 낮잠을 잤다.
#Murren, Switzerland
자고 일어났는데 산책 갔던 언니가 감동한 표정으로 나보고 정말 정말 멋진 곳이라면서 빨리 일어나서 뮤렌에 다녀오라고 했다.
언니 덕분에 부지런내서 다녀온 감동의 뮤렌. 라우터브루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기차를 갈아타야 갈 수 있는 마을이다. 가는 길도 감동이지만 기차타고 내리면 만년설이 눈 앞에 딱!
여행하면서 제일 부러웠던 배낭 부부
#남편아 #어디있니내목소리들리니
가방을 벗어 내려놓고 너 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날아서 땅으로 내려가고, 만년설이 녹아 물이 되어 흘러 내려와 모여 강이 되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곳
오늘은 사랑을 낭비해봐요 우리
콜라 덕후인 내가 그냥 지나칠 리 없는 건물.
남이 차고 놀던 공이 내 쪽으로 오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차줘야 기분이 좋다. #세살버릇 #발야구
혼자서 뮤렌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고 다시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가는 기찻길.
"유럽여행 하는 동안은 한국 사람들과 덜 마주쳤으면 좋겠어." 하고 한인민박도 한곳만 예약하고 숙소도 한국사람들이 덜 묵는 곳으로 예약하려 노력했지만 낯선 곳에서 한국 사람 만나면 (속으로) 반갑다.
사진 속 저분들은 알고보니 같은 숙소, 심지어 한분은 같은 방.
#Lauterbrunnen, Switzerland
케이블카 앞쪽에 타면 이렇게 라우터브루넨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워.
#Valley Hostel, Lauterbrunnen, Switzer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