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공간을 좋아한다. 블로그처럼 사진을 여러장 올리지 않아도 글을 많이 쓰지 않아도, 사진 한장에 글은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알맞게 꽉 차 보이는. 생각을 정리할 때는 타이핑이 편하다. 아마도 싸이월드 때부터의 습관인지.


인스타그램은 실수로 페이스북 연동을 해버려서 친구들과도 많이 소통하고 있다. 덕분에 정말 많은 칭찬과 따뜻한 응원도 많이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지도.


근데 가끔은 지인들 때문에 '비공개로 돌릴까, 계정을 새로 만들까' 도 생각해본다. 아주 모르는 남보다 나를 어정쩡하게 아는 지인들이 글로 쓰여진 나를 안다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다. 물론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나의 생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내가 무서워 하는 것은 팔로우를 하지 않고 내 글을 보는 지인들이다. 나는 옛날부터 그랬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싫었다. 그게 험담이든 칭찬이든. 나 없는 자리에선 내 칭찬도 싫다. 나는 엄마 말대로 좀 유별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니까.(네. 우리집 또라이는 접니다.)


나는 이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을 내 의지로 떠나고싶지 않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늙어가고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인스타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지켜주셨으면 알아주셨으면. 내가 올린 글을 보는 것은 자유지만, 그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근데 또 결론은 뭐냐 #팔로우하세요소통합시다 오지 말라는 게 아니고 같이 보자는 거. 함께 늙어가자는 거에요.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