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United Kingdom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을 나름 비싼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든든하게 먹었다. 둘 다 먹고 맛있다며 완전 극찬. 역시 음식은 비싼게 갑이라며. 그동안 숙소 근처에 있던 예쁜 샌드위치 가게에서 한번도 사먹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언니는 로마로 나는 니스로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개트윅 공항으로 출발.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우리는 이지버스를 싸지 않은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로 급하게 예약했다. 승강장을 헤매다 찾아 앉아 있으니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비. 근데 예약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티켓을 잘못 프린트한줄 알고 절망에 빠져 급하게 여기저기 문의하고 난리를 쳤지만 실패해서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다행히 기사님이 우리가 뽑은 것으로도 된다고 하셔서 별 문제없이 쉽게 탔다. 그런데 이지버스는 버스보다는 봉고였다. 이지봉고. 그렇게 팔려가는 사람들처럼 봉고에 타서 한참을 달려 개트윅 공항에 도착. 언니 잘가. 런던 안녕.






​#Nice, France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에서 우연히 바다를 보고 앉아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을 보고서 유럽을 가게된다면 꼭 니스를 가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책을 사서 집에 와 유럽 여행이 확실시 되기 전까지 비닐도 뜯지 않은채 펴보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니스에 가고 니스에서 피렌체까지 심야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니스는 내 유럽여행의 목적에 5할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혼자 니스에 가게되었다.
니스는 남편과 함께 다시 가고싶다. 신혼여행은 어디든 좋겠지만 사막의 밤이나 오로라를 보러 가고싶고 니스는 40년후에나 정년퇴임을 하고서 함께 있고싶다. 그곳에 있는 다른 나라의 노부부들과 함께 눈빛으로 서로의 지난 삶에 박수를 보내며 바다를 보고 나란히 앉아있고 싶다.
#남편아어딨니 #내글보고있니






개트윅 공항에서부터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던 시계도 없는 나는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있다가 착륙한다는 방송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바다와 너무 너무 가까이 날아서 이러다 빠지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나는 수영도 못하는데. 바다와 맞닿아 있는 니스 공항.









아무리 내가 구글만 믿고 지도 한장 프린트해가지 않았는데 핸드폰 배터리 전원이 나갔다고 해도, 숙소 가는 길을 대충 알아봐서 공항에서 몇번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지도 몰랐다고 해도, 이런 풍경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못해. 나는 못했다.
지도라고는 버스 승강장에서 얻어온 종이 한장뿐이고, 숙소가 어딘지는 아직도 모르겠고, 심지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홉시는 넘어가서 해가 지고 있는데도 나는 그냥 너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대책없이 버스에서 자리까지 옮겨가며 바다보고 하늘보고 좋아만 하다가 나는 숙소에서 이십분도 더 넘게 떨어진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는데......








분명 숙소는 해변이랑 걸어서 10분 이라고 했는데 너무 멀리 온 것 같은 쎄한 기분에 버스에서 내렸다. 내려서 버스 정류장의 노선표를 봐도 여기가 어딘디 어디로 가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버스 탈때와는 다르게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다 현지인처럼 보이는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숙소 주소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 하시더니 적혀있는 전화로 전화를 걸어서 숙소를 찾고 있는 마담이 있다며 숙소 가는 법에 대해서 물어봐주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설명 해주시는데 내가 보고 찾아갈만한 모든 것을 모르니까 내 대신 옆에 사람들에게 물어봐주셨다. 프랑스 부부와 마담 두분이서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시더니 지도 어플을 켜서 지도를 보시더니 마담 그쪽으로 가는 중이니 함께 가자고 하셨다.
한참을 노란 캐리어를 끌고 걷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프랑스어는 전혀 못하는, 지도도 없이 핸드폰도 꺼진채로 숙소를 찾는 나에게 혼자 여행 하냐면서 몹시 용기 있다면서 격려해주셨다. 털털하신 마담1과 차분하신 마담2. 자기들도 다른 나라에서 여행온 거라면서 한국은 어디에 있는거냐고 등등 여러가지 물어주시고 숙소 간판이 잘 보이는 입구까지 데려다주셨다. 도착해서 정말 정말 감사하다며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봐서 두분의 사진도 찍어두었다. 그렇게 니스 첫째날 마무리.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