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딸리는 듯 하여 순대국밥을 먹을까 치킨을 먹을까 고민하다 순대국밥 당첨.
이집은 내가 엄청 자주 가던 집이었다.
일이 힘들었던 주의 토요일 근무 끝나고 가거나 월급날 가거나 기운 딸릴 때 몸보신용으로 자주 가던 곳.
순대를 직접 만들어서 파신다고 써져 있고 국물이 곰탕 국물처럼 뽀얗고 진한게 맛있어서 자주 갔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순대맛과 국물맛이 좀 변한듯 해서 여름 내내 뜸하다가 오늘 결판을 지으려고 갔다.
오늘 다시 먹어보고 별로면 내 다시는 가지 않으리 하는 마음으로. 근데 사장님 내 순대국밥에 소금 넣으셨어요??????? 전에는 약간 밋밋한 맛으로 먹었었는데 오늘은 소금 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존맛. 엄청 맛있게 잘 먹었다. 순대랑 고기 쌈장에 찍어먹어도 겁나 맛있고. 김치 맛은 좀 변하듯 하지만 그 정도는 눈감고 다음에 또 가겠습니다. 내일 또 가고싶지만 참겠다.
먹고 신나게 집에 오다가 배가 불렀는데도 바로 집으로 가면 섭섭할까봐(집에 콜라 뚱캔은 당연히 먹을 생각을 했으면서도) 호떡을 하나 샀다. 얼굴보다 약간 작은 호떡인데 이놈의 호떡이. 먹으면서 호떡 속이 나와버렸다. 다행히 손에만 흘려서 안도하고 있는데 집 도착 1분 전에 티와 치마와 샌달까지 모두 다 흘려버림. 특히 치마는 아주 호떡 범벅.
지난날에도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호떡 네 이놈. 악마의 음식 같으니라고.
맛있으니까 봐준다.
순대국밥 먹으러 가는데 내 앞에 달인 아줌마가 지나가셨다. 머리에 무언가를 올리고서 손으로 잡지도 않으시고 유유히. 턱도 길도 모두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능숙하게 길가에 쇼윈도우를 살피며 아이쇼핑도 하시면서.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