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해당하는 글들

  1. 2016.01.25  하루에1글 - 보라매공원
  2. 2016.01.25  하루에1글 - 연좋날
  3. 2016.01.25  하루에1글 - 이 좋은 계절을


가을을 담으려고 치과 다녀오는 길에 보라매공원에 왔는데 카메라 셔터막 끊어진듯 엉엉엉엉어엉엉엉앙엉 돌아와.


보라매공원에 오면 확실해진다.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지.


천천히 물든 나무를 보며 산책하는 할머니, 보온병을 가운데 두고 정치판을 벌리신 할아버지들, 젊은 여자들의 셀카 밖 설국열차, 손주와 함께 나온 모녀, 점심 시간에 잠깐 나온 회사원들, 산책하며 폰으로 사진 찍는 혼자온 사람들, 오늘이 내 인생의 최고 젊은 날이라며 셀카 찍던 아줌마들.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 가을이 아름다운가보다. #가을만세


아침에 일어나면 누운채로 커텐을 들춰 파란 하늘을 본다. 손잡기 좋은 계절이다.


언제부터 어려워졌을까.


중학교 때는 채팅과 메신저가 유행이었다. 처음 보는 선배 후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자주 주고 받았고 자연스레 요즘 썸이라 불리우는 그런 상황도 많았다. 그래도 우리의 썸은 짧았고 체육 시간 끝나고 쉬는 시간에 전해주는 시원한 이온음료 한캔이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선택과목 시간에 반이 섞일 때 복도에서 나누던 인사와 갖고 있다가 걸리면 뺏기는 핸드폰으로 몰래했던 문자나 통화로 서로를 알아갔고, 야자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돌던 20분의 산책 시간이면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에 충분했다.


대학교 때는 수업이 끝나고 저녁 산책을 함께 하거나 집 계단에 앉아서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쁨 받기도 예뻐해주기도 하고 내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주거나 알바가 끝나고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집에 데려다 주기도 하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근데 지금은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나의 마음을 아는 것이, 나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것이 모두 다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와 당신의 시간을 들여 만나고, 서로를 알기 위해 관심을 갖고, 서로의 기분을 알아주기 위해 마음을 쏟는 것이, 나의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배려하는 것이 언제부터 힘들고 부담스럽고 피곤한 일이 됐을까.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단순하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사랑할 수는 없을까. 왜 우리는 이 좋은 계절을 그냥 보내야 할까. #가을탄다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