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해당하는 글들

  1. 2016.08.19  150615 스위스 융프라우
  2. 2016.08.18  말이 아픈 날 4
  3. 2016.08.11  사랑

#Wengen, Switzerland

어제는 날이 궂어서 포기했던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갑니다. 구름에 가려져 보일듯 말듯 한 꼭대기를 계속 창문으로 확인하면서 제발 날씨가 개이길 바라며 올라갑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에 쌓여있는 벵엔 마을.


















카페에 앉아
나의 찻잔 위에
네 작은 그림자를 띄워놓고
기다리는 시간 위에
조금의 커피향 올려놨어

내게로 오는 걸음 내내
향긋하게 젖어들기를
#니생각중이야 #청춘학개론



카페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널 생각하며 길 위를 걸어
몇 번씩이나 거리의 창문으로 나를 비춰봐
네게로 가는 걸음 걸음
향긋함이 퍼지는 듯해
갈색 소음 달콤한 향기















#Kleine Scheidegg, Switzerland

융프라우 꼭대기에 올라가려면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빨간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때 중국인 단체 관람객이 있어서 우리보고 내리라고 했다가 저거 타라고 했다가, 다시 저거로 옮겨 타라고 했다가.......... 정신이 하나도 없이 일단 타고 올라갑니다.








#Jungfrau, Switzerland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 꼭대기인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는 중간 중간 열차가 멈춘다. 내려가는 기차를 보내주기 위하여.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동굴 같은 기찻길 속 쉼터에 내려서 창밖을 볼 수 있는데 때마침 만년설 위로 눈이 내렸다. 백년도 살기 어려운 사람의 인생에 반해 언제부터 있었을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시간을 지나왔을 만년설의 모습은 고요하지만 장엄하여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삶은 유한하기에.














#Jungfraujoch, Switzerland

아마도 한달의 유럽여행 중 가장 위기의 순간.
준비없이 융프라우 꼭대기에 오른 나는 바닥 얇은 벤시몽을 맨발로 신고서 여기를 걷다가 동상에 걸릴뻔 했다. 너무 춥고 발 시려워서 나도 모르게 빨리 걷게 됨 











앞에 뭐가 있는지 하늘인지 땅인지 구별할 수 없고 하얗게만 보였지만 6월의 한여름에 맞는 눈은 마법처럼 모두의 기분을 신나게했다.












그리고 흰 눈이 쌓여있는 바닥은 맨발에 얇은 운동화임에도 하나도 시렵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바닥에 뒹굴기도 하고 내리는 눈을 먹기도 했다(나도).

우리 신나서 둘이 오랜만에 투샷 찍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한개도 안 찍혀있었다(뭔가요 이 사람들이? 한국인이었는데???? 나는 멋지게들 찍어줬는데?????????????). #한국인의뒷통수












동신항운에서 융프라우 철도 vip패스를 끊으면 제공되는 바우처로 신라면 컵라면과 초콜렛(신라면이 무려 7.8프랑 오늘 환율로 한화 8799원 정도).
상상보다 더한 얼음동굴의 추위와 아침 일찍 서둘러서 없는 정신과 높은 산의 환경과 배고픈 배 덕분인지 아니면 스위스 물 먹은 신라면 덕분인지 노란우비를 입은 채로 서서 먹었던 신라면의 건더기 스프는 참 굵어서 버섯이 생버섯처럼 느껴지고 국물은 또 얼마나 뜨끈뜨끈하고 얼큰하던지. 그때부터였을까요? 제가 라면의 참맛을 알게 된게(원래 라면 안 좋아함. 자취방에 라면 없는 집이 바로 우리집. 라면 땡기는 날 연평균 1-2회).

























내려가는 길에는 티켓 확인을 하면서 융프라우 요흐의 사진으로 포장된 초콜렛을 나누어준다. 콜라랑 같이 냠냠. 나는 괜찮았는데 언니는 고산병으로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내려오는 기차에는 모두 잠든 사람들뿐! 무서운 고산병.













#Grindelwald, Switzerland


우리는 막판 힘을 내 그린델발트 구경을 갑니다. 융프라우 꼭대기에서는 하얗게 내렸던 눈들이 그린델발트에서는 비로 내립니다.










비오는 그린델발트. 비가 오지만 피르스트 플라이어가 혹시나, 혹시나 운행할까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봅니다.










내가 살면서 드는 생각이나 생활을 글로 남기다보면 누군가는 콩알만한 내가 가는 모습을 저 멀리서 우연히 보게 될 수도 있고(사진 속의 우비입고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을 발견한 것처럼), 누군가는 우연히 본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함께 옆에 걸어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 비가 내릴 때도 눈이 내릴 때도 꽃이 필 때도 햇빛이 강할 때도 바람이 불 때도 있겠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겠지. 쉴 때도 달릴 때도 걸을 때도 있겠지.









피르스트까지 올라가려면 삼십분 넘게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비는 더 많이 오고 안개로 가득해서 뒤에 오는 곤돌라만 겨우 보이고 내려오는 곤돌라에는 아무도 타있지 않고....... 우리는 왠지 너무 무서워져서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갈아타는 구간에서 반대편 곤돌라를 타고 다시 내려옵니다.
반대편 곤돌라 타러 건물 돌아서 가는데도 무서워서 둘이 달려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윙윙 기계 소리만 크게 들리던 공포의 곤돌라 환승장. 둘만 탄 곤돌라 안에서 신발 벗고 휴식 취하기. 쟈키쟈키? 스모크 베이컨칩 같은 내발. 더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rindelwald, Switzerland

처음에 숙소를 두고 고민했던 그린델발트. 사람들은 그린델발트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한적하고 멋지다고 그러던데... 라우터브루넨에서 2박을 하고 온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상업화 된 것처럼 느껴졌다. 라우터브루넨 짱짱. 날씨가 쫌만 더 맑아서 밤하늘의 별이 보였더라면 더 완벽했을텐데................. 시골 오브 시골














#Interlaken, Switzerland

융프라우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베른으로 떠나기 위해 마지막 밤은 인터라켄에서. 라우터브루넨에 고작 2박 했을 뿐인데 인터라켄이 너무 복잡하고 크고 사람들이 많아서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서울에 처음 온 시골쥐들 처럼.













#Harder Kulm, Interlaken

우리 정말 동신항운 vip 2일권 알차게 사용했다. 실수로 기차를 잘못 타서 쉬니케 플라테 가고 숙소 근처라서 뮤렌도 가고 융프라우 꼭대기 갔다가 그린델발트 곤돌라타고. 피르스트는 못 가봤지만 그건 날씨 때문에 못 간거고. 인터라켄으로 숙소 옮기면서 하더쿨룸까지 올라가고.










하더쿨룸 올라가면 인터라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동신항운 이용하시는 분들 꼭 올라가세요.











날씨 좋은 날은 이쪽도 완전 다 보이고 사람들 사진 많이 찍는 난간? 전망대? 밑도 완전 멋지던데(남의 사진으로 보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보였다. 우리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이랑 호수가 넓어서인지 안개가 자주 끼나보다(내생각). 왼쪽으로는 브리엔츠 호수가 가운데에는 인터라켄이 오른쪽으로는 툰호수가 다 보인다고 합니다(맑은 날에는). 이 안개는 툰호수쪽.

















그래도 다행히 반대편은 그나마 타이밍 좋게 보여서 다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내를 가로 질러 이런 에메랄드 빛 강이 흐른다. 가짜같은데 진짜. 사진빨 같은데 실물은 더 에메랄드빛.











#Alplodge Backpackeres

호텔이랑 인셉션을 같이 쓰는 알프로지 호스텔. 인터라켄은 워낙에 도시이다 보니 쿱이 늦게까지 한다!!!!!!!!!!! 거기다 엄청나게 크다!!!!!!!!!!!!!!!!!!!!! 한국인들도 엄청 많음. 우리 호스텔에도 많았다. 남자3 여자3인가 남자4 여자4인가. 여기서 만난것 같던데 술 마시면서 잘 놀더만. 어디에도 20대 후반의 여자들이 낄틈은 없었다. 

인터라켄 쿱은 삼겹살을 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도 그래서 고기를 오랜만에 흐흐흐. 스위스에 적응 못해서 쿱 문 닫고 나서 쫄쫄 강제 소식하며 지내왔던 것을 보상하려고 상추 비슷한 것도 사고 삼겹살에 맛다시를 찍어먹으려고 신났는데. 햇반도 데웠는데!!!!!!!!!!!!!! 중국인들이 오븐이며 인덕션이며 다 전세내고 내주질 않아서....(아주 거하게 차려 먹던데.. 호스텔 아니고 식당인줄 알았잖아.... 요리산줄 알았잖아... 각종 조미료에 향신료에 .... 닭에 고기에...... 카레에... 그러지 맙시다.) 더 문제는 호스텔 식당의 인덕션이 한갠가 두개빼고 열기가 약했다.....

주방에 온지 한시간인가 한시간반만에 익은 삼겹살. 너무 배고파서 맛이고 뭐고 ㅠㅠㅠㅠㅠㅠㅠ 맥주와 콜라를 마시면서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의 삼겹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의 고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방에 걸려져있었던 어린아이가 그린듯한 그림. 디테일에 놀라서 폰으로(카메라는 또 배터리가 나가고) 찍어두었다. 만년설과 기차 그리고 배낭 여행자, 스키 타는 사람과 텐트 또 요트와 해의 얼굴. 거기에 각각 다른 사람들의 피부색. 그림체는 어려보이는데 이렇게 여러가지 여행자들의 모습과 레포츠를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활동적이고 신나보이는 표정들을 그릴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부러웠다. 나중에 나도 나의 아이들도, 그랬으면.



못하는 거 아니고 안하는 거다.
나도 말 밉게할 수 있어.


댓글 달 때, 글 쓸때 한번 더 생각하고 쓰면 좋겠네.


징징거려 얻어낸 것은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더 많이 사랑받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