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해당하는 글들

  1. 2016.01.25  하루에1글 - 인스타그램
  2. 2016.01.25  하루에1글 - 우리 같이 살아요
  3. 2016.01.25  하루에1글 - 캠퍼스 로망



나는 이 공간을 좋아한다. 블로그처럼 사진을 여러장 올리지 않아도 글을 많이 쓰지 않아도, 사진 한장에 글은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알맞게 꽉 차 보이는. 생각을 정리할 때는 타이핑이 편하다. 아마도 싸이월드 때부터의 습관인지.


인스타그램은 실수로 페이스북 연동을 해버려서 친구들과도 많이 소통하고 있다. 덕분에 정말 많은 칭찬과 따뜻한 응원도 많이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지도.


근데 가끔은 지인들 때문에 '비공개로 돌릴까, 계정을 새로 만들까' 도 생각해본다. 아주 모르는 남보다 나를 어정쩡하게 아는 지인들이 글로 쓰여진 나를 안다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다. 물론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나의 생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내가 무서워 하는 것은 팔로우를 하지 않고 내 글을 보는 지인들이다. 나는 옛날부터 그랬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싫었다. 그게 험담이든 칭찬이든. 나 없는 자리에선 내 칭찬도 싫다. 나는 엄마 말대로 좀 유별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니까.(네. 우리집 또라이는 접니다.)


나는 이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을 내 의지로 떠나고싶지 않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늙어가고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인스타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지켜주셨으면 알아주셨으면. 내가 올린 글을 보는 것은 자유지만, 그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근데 또 결론은 뭐냐 #팔로우하세요소통합시다 오지 말라는 게 아니고 같이 보자는 거. 함께 늙어가자는 거에요.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다. 단어 자체를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할 만큼. 음. 나의 이 공포 비슷한 이러한 감정이 죽음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나는 잘 사는 것처럼 잘 죽는 것 또한 중요하게, 아니 잘 죽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축하해줬던 사람들보다 나중에 죽었을 때 슬퍼해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나이기에.


오늘 내 인생이 끝난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죽기전에 이건 해봐야지 하고 여러가지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친구에게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의지로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나는 멍청이처럼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다. 그냥 다음에 또 만나자고 대답했다.


여러분. 외로움에 지지 말아주세요. 우리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어요. 꼭. 꼭. 우리 같이 살아요.




오늘 달력을 보니 토요일이 입추던데 그래서 요 며칠 새벽에 좀 찬바람이 느껴졌나(아 물론 오늘은 좀 덥네요).


벌써부터 기대되는 가을 냄새와 습도를 생각하니 금사빠인 내가 지난 날 선배를 좋아했던 그 때가 생각났다. 시험공부도 잘 안했던 그 때 가끔 벼락치기라도 하려 마음을 먹을 때면 도서관 꼭 일층으로 갔었다. 위층 열람실은 칸막이도 있고 묘하게 고요한듯 고요하지 않은 그 답답한 공기가 싫어서 책이 있고 테이블도 넓고 뻥 뚫린 일층을 좋아했는데 그날은 일층에 그 선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앞에 테이블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데 왠지 막 그날 따라 그 선배가 더 좋구. 시험보러 강의실 갈 때 막 같이 가고 싶구(선배랑 안 친했음).

공부하다 심란하고 공부도 안 되고, 시험시간 보다 훨씬 일찍 강의실로 가려고 일어나서 도서관을 나가는데. 도서관 문을 나가서 몇 발자국 걷는데. 뒤에서 내 이름을. 것도 성까지 붙여서 큰소리로. 선배가 내 이름을 부르고 뒤를 돌아서 그 목소리가 현실의 선배인지 상상의 선배인지 확인하기 전까지 그 순간을, 선배가 같이 가자고 하면서 걸어오는 그 몇 발자국 안 되는 거리를 기다리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오년도 더 지난 지금도 설렌다. 선배가 도서관 앞에서 내 이름을 불렀을 때 그날의 반짝이던 햇빛과 습도 그리고 선배 목소리가 실려온 바람 냄새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멋쪙. 물론 선배와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 기대했던 순간에 내 이름을 불러준, 내 옆을 걸어준 그 완벽한 순간에 나는 선배를 좋아했었다. 캠퍼스 #선배로망 #나꿍꺼떠선배꿍꺼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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